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

환자 개인이 S나 K보험 같은 민간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국민 건강보험과 달리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자유로운 사적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실손 보험금을 타려면 환자 본인이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병의원에서 받아 가입한 보험사에 제출한다. 해당 보험사는 환자에게 받은 자료를 토대로 각자 기준에 맞춰 보험금 심사와 지급을 하고 있다.
최근 모국회의원이 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이유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실손보험 가입 환자가 병의원에서 진단서나 진료비 계산서를 직접 떼는 것이 아니고, 해당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대신 전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병의원은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하도록 한다고 한다. 
실손보험금 병의원 청구대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손보험금 지급을 편하게 할 수 있으며 소액건 누락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방법은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 및 재산권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환자가 직접 서류를 떼지 않고 병의원이 대행을 하게 되면 실손보험사로 보내지는 정보에 환자의 사생활 및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또 정보 유출시의 책임소재가 애매해지고 법적인 보호 대책 또한 전무하다. 의사와 병의원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의료 정보 유출범으로 내몰리게 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보험사가 축적한 환자의 개인 정보는 향후 청구시 지급 거절이나 가입 거절 등에 이용될 수 있다. 이는 실손보험사의 이익에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보험 가입자인 환자의 권리는 저해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청구대행시 병의원에는 실손보험사와 진료비 청구 과정에서 발생할 행정 업무 및 소송 비용에 대한 부담이 예상된다. 현재도 의료기관의 원무행정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상태이다. 
결국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병의원은 환자가 원하는 수준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꺼려하게 된다. 결국 실손보험 당사자인 환자에게 재산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환자가 직접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게되면 실손 보험 관련 문제가 생길 때 이유와 관계 없이 병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우려가 있다. 이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 형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게된다. 
청구분쟁에 대해 환자와 의사간의 분쟁만 늘어날 것이다. 실손보험사는 지급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과정에서 이득을 보게된다. 병의원은 환자의 민원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 또한 없기에 의사와 환자간에 불필요한 감정의 골만 깊어질 우려가 있다.
실손보험 청구대행이 활성화된 뒤 발생 가능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병의원이 실손보험 진료내역을 인터넷으로 송수신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정부는 실손보험 심사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할 우려가 있다.
국민건강 공보험 심사기관인 심사평가원이 자체 심사기준으로 타당성을 평가해 실손보험 지급을 심사하면 오히려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가 통제된다면 실손보험사의 이익에 부합될 수는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권, 자율적인 선택권 및 재산권이 침해될 것이다.
결국 민간 실손보험료 병의원 청구대행은 환자의 건강권,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의료기관의 업무를 아무런 대책이나 보상 없이 가중시키게 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킬 우려만 가득한 제도다.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기 보다는 민간 실손보험사만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결코 결과가 선하지 않은 '밑장 빼기'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실손보험료 병의원 청구대행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그대들이 진정 국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위한다면, 실손보험사의 이익에만 기여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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