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식습관의 인문학'

(동양바이오뉴스) 누구나 설탕 덩어리나 짜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신선한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우리의 손은 반대로 간다.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힘들이지 않고 잘 먹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의 음식 칼럼니스트 비 윌슨이 쓴 '식습관의 인문학'(문학동네)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전작 '포크를 생각하다'에서 식당 도구의 발달과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던 그는 이 책에서 우리의 식습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지금까지 다른 방법으로 먹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다른 방법으로 먹는 법을 배운다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식습관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일종의 '학습 행동'이다. 학습해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그 학습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부모가 식탁에서 음식을 먹여주는 어린 시절에 대부분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일단 '먹어봐야' 한다. 그러나 식습관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증(neophobia)이 있다. 음식의 어떤 맛을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냥 새로운 음식 맛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음식을 먹으라고 설득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채소를 먹으면 단 것을 보상으로 주겠다"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어떤 행동에 대해 보상을 제시하면 그 행동을 덜 중요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단 것을 상으로 줄 만큼 귀한 것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이걸 먹어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 번 맛보게 한 뒤 조금씩 반복적으로 그 음식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나 결정권이 없을 시기,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말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흔하다.

그러나 강요나 스트레스를 받는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먹는다면 그 음식에 대한 노출은 반감을 없애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특정 채소를 억지로 다 먹어야 했던 경험이 많은 사람은 해당 채소를 싫어하는 식습관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아이들에게 음식 접시를 다 비울 것을 요구하는 부모의 태도는 대체로 이전 세대의 배고픔에 대한 기억에서 온다. 배고픔을 기억하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배불리 먹는 것에 대해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 식습관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신의 식욕이 아니라 음식을 따르도록 훈련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아이에게 한 숟가락 더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아보다 비만이 문제가 되는 시대, 음식을 남기는 것은 나쁜 식사예절이라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으며 정말로 나쁜 식사예절은 배가 불러서 음식을 남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태도라는 것이다.

먹기 싫다는 아이의 입속에 억지로 숟가락을 넣어 먹이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강한 사람이 강압적으로 딱딱한 숟가락을 자기 입속으로 쑤셔 넣는 셈이다. 이런 경험이 즐거울 리가 없다.

이런 물리적 부추김이나 '다 먹을 때까지 식탁에서 일어나면 안 돼' 같은 언어적 부추김 모두 좋지 않은 식습관이란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저자는 "식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사실도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어쨌든 잡식동물인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태어난다. 우리는 모두 음식을 먹여주길 기다리면서 기대를 품고 앉아있는 어린이처럼 그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충호 옮김. 50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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