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자 시인, 시집 『낙타로 은유하는 밤』 출간

 

봄빛에 무르익은 산비탈은 도원이다

늙은 복숭아나무들

진분홍 봄을 매달고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다

 

노구의 몸으로

당당히 서 있는 저 모습

세파에도 꿋꿋하신 내 아버지 닮았다

밭둑 사이로 다가온 얼룩진 일기장

갈피마다 피어난다

겨울이면 밤새 복숭아 봉지 만들고

산기슭 오르내리며 광주리에 담았던 시간들

그 땀의 열매로 키운 칠 남매

잘 익어 이제는 단맛이 흐른다

 

아흔다섯

고목이 되신 아버지

묵정밭이 된 고향 밭뙈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저곳은 누가 지킬 것이며

세월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노구에 매달린 연분홍 꽃 구릉이 아름다운 봄날

애꿎은 복숭아밭을 서성이며

늙은 아버지는 꿈을 꾼다

무릉에서 도원까지

진분홍 봄을 매달고전문

 

 

이규자 시인
이규자 시인

 

이규자 시인의 시집 『낙타로 은유하는 밤』이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나뭇잎 사이로 열린 하늘,  2부 기웃거리는 계절을 당겨,  3부 하나와 하나 사이,  4부 그림 한 점 빗물에  번진다로 구성됐다.

이영식 시인은 “이규자 시인이 가꾼 시의 나무에서 날려 보낸 새들은 상상력의 하늘을 날아다니다 폐곡선을 그리며 돌아와 시의 구조를 완성시킨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허무하거나 맹랑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으며 구조 또한 단단하다.  시인이 정성으로 묶은 시집은 그 춥고 긴 겨울을 뚫고 온 매화처럼  독자의 기다림을  시적 감동으로 이끌어 주며 그의 시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는 따뜻함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詩가/ 내 삶의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이 되어가는 중이다//지식보다/ 지혜가 더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안 것은 아닌지”라고 말한다.

이규자 시인은  2003년 『문예사조』  수필부문,  『한국예총』  시부문 에 등단했다.

시집  『꽃길, 저 끝에』,  『낙타로 은유하는 밤』,  에세이집  『네이버 엄마』 가 있다.

『국보문학』 이규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필진(전)으로 활동했다. 1회 한국문학신문 수필 대상,  15회 복숭아문학상을 수상했다.

독서모임운영지도사, 예술시대작가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예술시대작가회,  김포문인협회 회원,   토닥토닥 시발전소,  달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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