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악과 전문의·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무래도 걱정이 많다. 각종 SNS채널을 통해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을 접하기 쉬워졌고, 나폴레옹 콤플렉스나 키가 클수록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주목을 받기도 하는 등 이른바 큰 키가 경쟁력이라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한의사가 된 이후로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성장 관련 질문은 3개 정도다. ‘부모의 키가 작으니 아이도 작은 것이 당연한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되는지그리고 한약을 먹으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모가 작은 편이라면 당연히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상태고,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한약을 먹어도 성장에 주는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성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호르몬 주사를 맞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실제로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건수가 201855075건에서 202219만 건으로 약 3.45배 정도로 대폭 늘면서 주사 관련 이상 사례 역시 2018320건에서 20221604건으로 약 5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상사례는 전신 장애, 신경계 장애, 각종 위장관 장애 등 종류도 다양하고 이로 인해 오히려 성장에 더 악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성장장애가 실제로 있는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크게 영양, 수면, 질병, 스트레스 활동성 등 크게 4개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신체가 또래보다 너무 작다면 밥은 잘 먹는지, 수면 시간은 충분한지, 비염, 축농증, 비만, 아토피 등으로 인해 에너지를 성장에 사용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잉 학습이나 가정불화 등으로 인해 평소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먼저 확인하고 대응해야 한다.

소아성장한방치료 역시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예컨데 성장보약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는 시기에 먹어야 효과도 좋은 만큼 1차 급성장기(3-5)2차 급성장기(사춘기 즈음)이 적당하다. 이미 성장판이 닫힌 이후라면 굳이 보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만,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가 식욕부진에다 저체중인 경우는 성장을 할 수 있는 베이스가 부실한 것이기 때문에 음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필수 영양소와 에너지가 공급이 잘 될 수 있도록 소화기를 튼튼하게 해서 밥을 잘 먹게 하는 한약을 처방하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급성장기라 하더라도 비염, 축농증, 감기 등을 달고 사는 아이라면, 질병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치료를 받거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한약을 처방 받아서 먼저 복용한 뒤 제대로 된 성장 보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한방성장치료 시 한약에만 의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소아 침치료, 추나치료, 경혈마사지 요법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성장장애의 70% 정도는 유전적 요인과는 별개로 잘못된 자세 등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이나 주변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섣불리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한약을 먹지 말고 평소 전문 의료진을 주기적으로 찾아 꾸준히 상태를 파악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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