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시인, 시집 『고래가 나를 벗어나』 출간

 

눈에서 몰려 나간 빛 때문인지 사진에서 떠나간 바람 때문인지 바깥을 잠근 채 혼자를 견딘 꽃이 피어나고 있다 피자마자 흩날리는 바람에게 밀려 까라지고 있다 꽃을 보면서 그가 원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생각하였다 크레파스처럼 출렁거리는 밤의 강을 보면서 그를 위해 어떤 색깔이라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리는 꽃잎의 궤도에서 눈을 떼고 밤하늘을 본다 별은 빛나고 있다 블루에서 다크 레드, 시간에 파리하게 질린 검은 은화의 색깔인 별도 있다

 

다시 꽃을 바라본다 마구 피어나던 내 속의 여자가 꽃으로 빠져나가 밤하늘에 나부끼고 있다 달빛과 고스트 화이트*가 밤하늘을 적시는 그 잠깐 동안 내 속으로 헤아릴 수 없는 여자가 들락거렸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나를 이 봄은 어디까지 몰고 갈 것인지, 봄밤은 언제쯤 내게 색깔을 돌려줄 것인지, 밤은 허황되고 어두운 블루만 되쏠 뿐 말이 없다

 

* 헥스표 #F8F8FF, 드러나지 않는 흰색.

검은 은화전문

 

 

임지훈 시인의 시집 고래가 나를 벗어나가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검은 은화 2부 플로럴 화이트 3부 다크 레드 등 총 54편의 시로 구성돼 있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임지훈의 이번 시집은 색채가 그려내는 추상적인 이미지라든가 그것이 인도하는 꿈과 무의식, 혹은 판타지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색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해 그것이 우리의 내면에 불러일으키는 예술적 체험으로서의 감정과 의식을 이처럼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탐색한 시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연상과 상상력, 그리고 환상의 세계는 그 선명한 이미지와 함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지훈 시인은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했다.

시집에 미수금에 대한 반가사유, 고래가 나를 벗어나 사진시집으로 빛과 어둠의 정치, 예맨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저작권자 © 동양바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