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유통과 조문식 주무관

농식품유통과 조문식 주무관
농식품유통과 조문식 주무관

 

작년 늦여름, 배추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배추한포기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면서 농가에서는 이런 배추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너도나도 평년보다 배추를 늘려 심다보니 11, 12월 김장철에는 오히려 배추값이 하락해 배추를 팔아도 수확을 위한 인건비도 충당못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들판에 널부러졌다.

판로가 막힌 배추를 활용해 저렴하고 맛있는 못난이 김치를 공급하자는 뜻에 동참한 도내 김치제조업체에서 1800여톤의 배추를 매입했고, 충북도는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체결, 외식업체와 수입산 김치를 국산으로 바꿔보자는 김치의병운동의 기치아래 충북 어쩌다못난이 김치가 탄생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외식업중앙회와 2차에 걸쳐 20톤 특판 완판, 재구매 지속 요청, 국내 대형마트와 100톤 공급계약, 호주 첫 수출까지 이뤄냈다. 판로가 어려운 배추지만 품질이 좋은 배추만 엄선해 매입했고 해썹(HACCAP) 인증을 받은 김치제조업체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어 이름만 못난이지, 품질이나 맛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김치라는 점과 많은 소비자들이 어쩌다못난이 김치의 취지에 공감해준 덕분이라 생각된다.

배추가격 폭락으로 판로가 막힌 농가를 돕고, 수입산 김치를 국산김치로 대체해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시작한 김치장사(?)충북 어쩌다못난이 김치, 건강한못난이 농산물, 착한못난이라는 3종의 상표출원과 함께 명실상부한 충북도의 공동브랜드가 됐다.

농가는 땀과 정성에 대한 보상을 받고 김치제조업체는 공장가동율과 매출을 올려 농가와 업체 모두의 이익이 되고, 특히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의 정통성을 사수하고 농민의 자존심을 살리자는 상생과 공정의 가치를 담은 어쩌다못난이 김치는 공동브랜드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본다.

국내 상품김치 시장규모는 14300억원 정도로 수입산 김치가 금액으로는 김치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물량으로는 40%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다. 또한 매번 수입산 김치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과 위생 관련 문제들로 국내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어쩌다못난이 김치는 도내 믿을 수 있는 김치제조업체에서 생산해 품질과 위생이 보장된 김치로 배추뿐만 아니라 모든 재료가 100% 국산이다. 믿을 수 있는 국산재료, 합리적인 가격, 검증된 위생과 안전, 특히 농가-제조업체-소비자 모두를 위한 상생의 가치가 어쩌다못난이 김치의 강력한 경쟁력이라 하겠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한다. 올해는 배추가 싸서 다른 브랜드김치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배추가격이 폭등할 때는 어떡할 거냐고? 대답은 나와 있다. 배추가 비쌀 때는 다른 브랜드 김치는 더 비싸지겠지만 우리는 그 인상분보다 낮게 높이면 된다.

또 어떤 분들은 충북에서 배추가 생산되지 않는 여름과 겨울에 타 지역에서 생산한 배추로 김치 판매하는 것이 옳은 거냐고? 하신다.

김치의병 운동이라는 큰 기치아래 수입산 김치를 국산김치로 대체 해 보자는 더 큰 과제가 있는데, 일정기간, 일부지역 배추로 생산되는 김치가 그리 나쁜 것인가?

전국 947개 김치제조업체의 연평균 가동률이 13.3%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쩌다 못난이 김치의 생산으로 비수기시 김치제조 업체의 가동률이 높아져 일자리가 확충되면 그 또한 충북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도내에서 생산되는 배추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김치제조업체와 농가의 계약재배 확대는 꼭 필요한 조건일 것이다.

요즘 우리 농식품유통과가 못난이 과라고 불린다. 나쁘지 않다. 확실하게 어쩌다못난이 김치가 직원들과 도민들에게 알려졌다는 반증이다. 우리에게는 김치의병운동을 한다는 또다른 자부심도 생겼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어쩌다못난이 김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잘 알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어쩌다못난이 김치가 충북 김치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을 담아갈 생각이다. 지난해 선정된 괴산 김치원료공급단지(351억원)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것은 희소식이다. 못난이 김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못난이 김치의 인기에 힘입어 못난이 사과도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말 농협유통 충북지사에서 추진한 못난이 사과 판촉행사에서 봉지사과(5kg) 5000봉지(25)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어려운 서민경제에 가성비가 뛰어난 못난이 사과가 서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듯해서 가슴이 뿌듯하다. 앞으로 수확 시기별로 못난이 감자, 못난이 고구마 등 못난이 농산물을 계속 판매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어쩌다못난이 김치사업이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못난이 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농가와 김치제조 업체의 계약재배 확대, 최소한의 마진, 유통단계를 줄여 경쟁력 있는 국산김치를 지속적으로 소비시장에 공급해서 현재 40%를 차지하는 수입산 김치시장을 10%라도 낮출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어쩌다못난이 김치로 시작한 김치의병운동이 대한민국의 김치종주국 위상을 드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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