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영 충북도농업특별보좌관·농학박사

 

누에는 한자로 ()’이며 하늘() 아래에 있는 흰색() 벌레(), 하늘이 내려 준 흰색 벌레라는 뜻이다. 누에는 인류에게 고귀하고 화려한 비단(실크)를 선사했고 혈당강화, 간 독성 회복, 활성화산소 생성 억제 등 건강에도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누에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천년전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잠업을 권장하는 행사인 친잠례’, 뽕나무를 베었을 때 처벌토록한 종상법을 제정하는 등 양잠을 권장했으며, 조선 말기인 190011월에는 궁내부에 잠업 시험장을 설치해 최초로 국가에서 누에씨를 생산,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60~70년대에는 세계 3대 잠사 생산국이었을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기도 했으나 80년대부터는 경제발전과 일본의 비단실 수입 규제 등으로 위축되다 90년대 이후 대체 섬유의 개발과 생사 수입 자유화로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면서 활용 가치가 뚝 떨어지게 됐다. 특히 값싼 중국 생사가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해 양잠산업은 거의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요 양잠 산물의 효능이 밝혀지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뽕잎은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억제해주고, 혈압에 좋은 GABA를 녹차의 10배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도 우유의 27배 풍부하다고 한다. 또한 오디는 고혈압 억제, 간장 및 신장보호, 당뇨병 및 변비개선에 좋아 1차 생산물 자체로도 가치가 높으나 최근 생명공학기술과 결합해 기능성 식품, 의약품 분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바이오·메디산업으로 입는 실크에서 바르고, 먹고, 치료하는기능성 양잠산업으로 전환되면서 농가 소득 향상과 국민 건강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2019년에 제정된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12월 일부 개정하며 누에 품종의 육성, 양잠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과 양잠산물의 수출 지원에 관한 정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기능성 양잠산업의 대국민 홍보와 종사자들의 자부심 고취를 위해 양잠인의 날(매년 510)을 지정 하는 등 양잠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활용도가 높고 미래발전 가능성이 높은 양잠산업임에도 양잠 농가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콩, , 고추와 달리 봄누에는 5~6, 가을누에는 9~10월에 키우며 각각 두 달간 농사를 지으면 다른 농작물에 비해 쉬운 측면도 있으나 누에 성장기에 노동력을 집중해야 하고 연중 생산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스마트(ICT)기술을 접목해 누에 사육 데이터(온습도, 조명, 대기질, 병발현)관리·생산으로 안정적인 양잠산물 생산을 도모해야 한다.

연중 안정생산이 가능한 누에 인공사료와 스마트 잠실 등의 연구 개발로 노동력을 절감뿐 아니라 위생적이고 품질 높은 기능성 양잠산물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양잠은 노령화된 농촌인력에 적합하고, 귀농자의 소득품목으로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다. 따라서 양잠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건강 기능성 제품 개발과 해외수출 확대를 통해 양잠산업 기반조성과 양잠농가의 소득이 증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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