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 새해를 맞아 여러 사자성어와 덕담이 유행이다. 토끼는 열두띠 동물중 생기있고 온순하며 영특한 다산동물이기에 평화와 번영의 해를 기원한다.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파서 위기에 미리 대응한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은 기업 신년사의 화두로서 인용된다. 별주부전처럼 토끼는 뭍에 간을 가지러 간다고 용궁에서 탈출한 꾀 많은 동물이기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힘든 일이다. 토끼는 우리의 정서 속에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서 예부터 우화, 민화에도 등장한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다.

토끼는 불교에서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헌신과 희생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팬더믹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가장 많이 수난을 당한 동물은 토끼이다.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수많은 백신 검정, 신약개발에 희생된 고마운 동물이다. 토끼의 희생이 없었다면 코로나 백신개발은 힘들었을 것이다.

토끼는 임산부에서 약물에 의한 기형발생 검증에 기여한 고마운 동물이다. 인류사상 가장 큰 약화 사건인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토끼를 사용한 독성시험이 없었다면 위해성을 규명할 수 없었다. 1960년대 입덧억제제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는 12000명의 기형아 출산과 4000명의 영아를 사망시킨 약화사고였다. 생존 신생아 8000명은 바다표범처럼 팔다리 없는 기형이 유발됐다. 기형은 임신 4~10주에 단 1회 복용에도 발생했다. 쥐나 개의 동물실험에서 기형발생은 없었으나, 토끼에서는 기형이 유발됐다. 이후 신물질이 임산부에 미치는 생식독성시험으로 토끼의 시험이 의무화됐다. 토끼는 교미에 의해 배란이 일어나 바로 임신이 가능하고 다산으로 태아는 최기형 약물에 민감해 기형이 잘 유발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토끼는 낮에는 딱딱한 변을, 밤에는 피막으로 둘러싸인 부드럽고 윤기있는 변을 배설한다. 사방이 천적들이라 낮에는 동글동글한 변을 재빨리 배설하지만, 밤에는 영양분이 풍부한 연한 변을 입에 대고 여유있게 먹는 강하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토끼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큰 눈의 홍채에 색깔이 없어 안점막에 분포하는 혈관의 관찰이 쉽다 보니 화학물질이나 화장품의 안구에 대한 독성시험에 사용된다. 토끼의 피부는 사람에 비해 피부각질층이 얇고, 약물의 감수성이 높아 화장품이나 피부적용 물질의 피부자극 시험에도 사용된다. 토끼는 발열물질에 대해 감수성이 높아 수액이나 주사액의 세균오염 여부를 판정하는 발열시험에도 사용된다. 체중에 비해 혈액량이 많고 항체 생산량이 높아 면역혈청 생산에 사용된다. 고콜레스테롤 혈증, 죽상동맥경화증이 쉽게 유발돼 고지혈증 치료제 개발에도 사용된다.

토끼는 먹이사슬 하단에 위치한 나약한 동물이지만 다산을 통해 종족을 유지한다. 18세기 말 호주로 들여온 영국산 토끼 28마리가 6억 마리까지 늘어나 생태계가 황폐화됐다. 토끼 박멸을 위해 인체에는 무해하고 토끼에는 99% 치사율의 토끼점액종바이러스를 살포해 1억마리까지 감소됐지만, 바이러스 내성을 가진 토끼 출현으로 다시 3억마리까지 늘어나 토끼와 인간의 경주는 토끼의 승리로 끝났다.

토끼는 오랜 인간의 친구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다운 동물이다. ‘토끼같은 자식들의 말처럼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이다. , 고기까지 모든 것을 보시하고 백신,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큰 도움을 주는 동물이다. 계묘년 토끼의 해를 맞이해 토끼에 대한 감사함과 생명에의 경외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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