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천연물, 한약, 생약은 옛부터 사용되어 효능이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 이런 천연물을 원료로 한 난치성 질환치료제는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천연물 유래 의약품으로 버드나무유래 아스피린, 양귀비유래 아편, 주목유래 탁솔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은행잎유래 기넥신, 애엽유래 스티렌이 있으나 친근한 추억의 한방 유래 장수 의약품을 소개해 본다.

활명수는 국내 최초 개발된 한방신약이다. 어린 시절 속탈로 활명수를 마시는 엄마를 졸라 한 모금 얻어 마시거나 복통이 나면 울면서 졸라 맛있게 마시던 추억의 가정상비약이었다. 활명수는 1897년 궁중의 생약비방에 서양의약을 가미해 민병호선생이 만든 약이다. 1910년대 동화약방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으로 설렁탕 2그릇, 막걸리 2~3잔에 상당하는 고가로 판매수익은 독립운동 자금줄로도 활용됐다. 현재까지 85억병 이상 판매되고 125년 된 최장수 국민소화제이다.

정로환은 작고 거무죽한 색깔과 모양 때문에 염소똥약이라 부르던 지사제다. 정로환은 1903년 러일전쟁 당시 유행하던 티푸스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당시 일본군 군의가 주성분 크레오소트의 티푸스균 살균효과를 발견한 이후 러시아를 정벌하는 약이라는 의미에서 정로환이라 명명됐다. 목초액 성분 크레오소트는 신경독이 있는 살균제로 얼얼하게 입안을 마비시켜 충치치료나 무좀 치료에도 응용됐다. 코를 찌르고 손을 씻어도 오래 남는 특유한 냄새의 단점을 개선한 당의정이 판매되고 있다.

은단은 일본의 모리시타가 1895년 청일전쟁 중 대만인이 복용하던 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단(仁丹)이라는 상표로 1905년 최초 발매했고 국내에서 은단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은단은 여러 한약재와 향신료를 배합한 작은 알갱이에 은박을 씌운 알약으로 입안에 청량감과 구취제거 효과가 있어 흡연자들이 애용했지만 구강청정제가 판매되면서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

용각산은 일본 에도시대 어전의 후지이겐이 용골, 용뇌, 녹각상을 원료로 제조해 용각산이라 명명된 후 1871년 첫 판매를 시작으로 150년 넘는 진해거담제다. 국내에서는 보령제약이 일본의 용각산과 기술제휴를 통해 1967년 판매를 시작해서 출시 55년이 된 장수 의약품이다.

쌍화탕은 감기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방에서는 음양의 조화, 즉 기와 혈의 균형이 잘 조화된 남녀 사랑의 묘약이기도 하다. 쌍화탕은 옛 여러 의서에서 허약, 피로증상을 치료하는 처방약으로 감기 걸렸을 때 피로해소나 혈을 보충해 저항력을 높여 건강회복에 도움을 주기에 감기약으로 사용됐다.

2015년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 성분을 분리해 말라리아 퇴치와 기생충 구제를 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상됐다. 말라리아 감염 사망자가 한 해 100만 명에 넘는다는 점에서 천연물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연 30% 이상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의보감 같은 우수한 한의약을 바탕으로 천연물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이다. 국내 제약업계, 의약계, 한의학계가 함께 협력한다면 천연물 유래 신약개발은 가장 노벨상에 접근한 분야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동양바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