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학 입시에서 이른바 (hot)’했던 진로 영역이 있다. 바로 한의과대학교. 이와 같은 열풍엔 현재까지도 최고의 의학서로 추앙받고 있는 동의보감을 집필한 조선시대 의관 허준(許浚, 15461615)’ 선생을 다룬 MBC 드라마 허준의 인기가 한몫을 했다. 이 시기는 본인이 한의대에 재학하던 그 시절과도 맞물린다. 당시 학교 동기들 중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업을 갈구하던 많은 30대 직장인 출신들이 많아 어찌 보면 풋풋한 신입생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섭생(攝生)’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서인 허준의 동의보감은 물론 약 2,200년 전 만들어졌고 오늘날까지 하나의 지침서로 여겨지는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黄帝内经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 이 섭생이란 무엇일까. 한의학에서의 섭생攝生은 먹고 입고 자는 것 즉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으로 만병을 이기는 힘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계절별로 먹어야 할 음식, 계절별로 일어나고 잠들어야 하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것들 등 일상생활에서의 관리를 잘하면 이른바 병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한다는 치미병治未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대의학에서 중요시하는 항노화, 생활관리, 질환예방이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한의학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드라마 허준에서 보던 한의사와 최근의 한의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자연치유능력을 강조하는 면은 앞서 언급했듯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기초이론을 주로 연구하는 기초한의학(korean basic medicine)’이나 기초이론을 토대로 새로운 진단법, 치료법, 치료기술, 약물 등을 검증하고 개발시켜 실제 질병치료나 예방에 적용하는 임상한의학clinical korean medicine) 모두과학화를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어져 한방과 양방 간의 경계를 갈수록 좁혀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테면 한의과대학교에서 재활의학과, 침구의학과 등을 전공한 전문의는 X-ray는 물론 CT, MRI 등 다양한 영상진단검사 결과를 보고 치료 계획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필자가 운영 중인 병원에서도 근골격계 한방 치료전에 X-ray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나아가 근골격계 치료 분야의 경우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면서 병변에 정확하게 약침이나 봉침을 시행하는 연구 등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한방치료와 현대적 진단기기를 결합하여 사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 편에서는 한의학의 기본 정신과 과학화를 위한 노력에 이어 2020년 있었던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 소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최신 소비자 트렌드와 이에 대한 현장 대응과 개선 방안 등을 중심으로 임상적인 부분 중심으로 한의학의 대중화세계화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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