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예산 2천억 넘지만…업계 "누가 받는지도 몰라"

   (동양바이오뉴스)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을 4차산업 혁명의 주요 분야 중 하나로 지목한 후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로 부처 간 협동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기 관련 정부 예산이 2000억원에 이름에도, 업계는 "돈이 어느 업체한테 가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다.

    11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의료기기 산업 관련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세 부처로 나뉘어있다.
    이들 부서는 저마다 기초연구 및 원천기술 개발(미래창조과학부)·임상시험 및 의료기관 연계 사업(보건복지부)·제품 상용화 및 유통경로 지원(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연구개발 지원사업 방향성을 잡고 있다.

    얼핏 보면 부처별 특상을 고려한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연구회 회장을 맡은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부처 간 성과 내기에 급급한 측면이 있다"며 "예를 들어 벤처기업을 중복적으로 지원하고 해당 제품이 상용화되면 각 부처가 앞다퉈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또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배정된 예산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업체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지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의료기기'란 단어가 포함된 부처별 연구개발 지원사업의 총액을 합치면 약 1천500억~2천억 원에 이른다. 의료기기와 간접적으로 연관한 부수적인 연구개발 지원비까지 더하면 배정된 예산은 2천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A 사 임원은 "주변에 다른 업체들에 문의해봐도 연구개발 예산을 딴 곳은 찾기 힘들다"며 "책정된 예산이 어디에 활용되고 있고, 실제 성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부처 간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 예산 배정과 성과 창출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초연구 및 원천기술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불만도 새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이 의료기기·제약·바이오와 관련한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융합형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부처별 특성을 살린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허영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메디컬디바이스 PD는 "상용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인허가·판매 등 전 주기적인 지원 시스템을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공동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기본적인 '의료기기 연구개발 생태계'조차 자리 잡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연합뉴스 제공]

   허 PD는 "또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더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부처 간 중복되는 사업은 과감히 통합하고, 남는 예산을 인력 양성에 투자한다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동양바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