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조충’ 발견···인류보건학상 새로운 의학적 질환 추가
17년 동안 탄자니아 오가며 세렝게티 야생동물 기생충 수집

엄기선 교수 연구팀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 기생생물 수집을 하고 있다.
엄기선 교수 연구팀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 기생생물 수집을 하고 있다.
엄기선 교수 연구팀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 기생생물 수집을 하고 있다.
엄기선 교수 연구팀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 기생생물 수집을 하고 있다.
2018년 ‘14차 세계기생충학회’ 학술회의장에서 국제학술 심포지엄 좌장으로 엄기선 교수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2018년 ‘14차 세계기생충학회’ 학술회의장에서 국제학술 심포지엄 좌장으로 엄기선 교수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40년 기생생물 연구에 열정과 의지로 걸어온 사람이 있다. 충북대학교 의대 명예교수이면서 기생생물세계은행 엄기선 이사장이 그 장본인이다. 그는 2005년부터 17년 동안 탄자니아를 오가며 세렝게티 야생동물의 기생충 수집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한 기생충 퇴치사업과 교육을 꾸준하게 실시해 왔다. 20217월에도 코로나 이후 해외출장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지난 기생생물세계은행 구축사업을 위해 탄자니아에 다녀왔다.

아프리카에서는 탄자니아를 중심으로 사람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엄청난 기생생물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 세렝게티 초원은 자연 사파리로 지구의 보물과도 같다. 2021년 이미 보호에 관한 협약을 맺은 바 있지만 이제 곧 세렝게티 내부 연구단지에 기생생물세계은행이 진출해 세렝게티 세종기지의 이름으로 활동해 나갈 예정이다. 인체 기생충 자원화 대상국으로 주목하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사람의 기생충 감염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기생충 퇴치와 동시에 기생생물을 자원화할 활동을 가까운 미래에 펼쳐나갈 계획이다.

기생생물을 과학적으로 보존한다는 것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수집하였는지에 대한 것을 세세히 기록하고, 유전자의 특징까지 덧붙여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열강국을 중심으로 여러 중요한 기생충박물관이 있다. 다만 여기에 보관된 재료들은 포르말린에 주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를 분석하는데는 적합하지 않다. 기생생물세계은행에서는 살아있거나 냉동, 또는 건조시킨 표본이 있고, 포르말린 뿐 아니라 알코올에 보존함으로써 단백질이나 DNA, RNA 등 유전자 분석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은 표본만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생충박물관과 확연히 차별된다.

기생충 자체는 아주 작은 모델동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신약이 개발되었을 때 부작용을 탐지하거나 독성시험을 하는데 유용하며 혈액응고를 방지하거나, 수명 연장에 관한 연구와 같이 예쁜꼬마선충을 널리 사용할 수 있다. 미래의 용도는 미래의 인재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진단시약을 만들려면 항상 충체 원본이 있어야 한다. 백신이나 진단시약을 만들려면 코로나바이러스 원본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생생물의 진단시약에는 기생생물 자체 원본이 꼭 필요하다.

기생생물은 의학, 수의학 분야 이외에도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도 사용되는데 기생충은 숙주와 함께 진화하기 때문에 공진화 연구에 특히 유용하다. 자연계에는 아주 많은 기생생물이 있다. 심지어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더 작은 기생충도 있다. 이 세상에 기생하는 기생생물은 모든 생물체의 반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생태계의 일원으로 또 먹이 사슬의 일원으로서 기생생물은 생물학의 수많은 연구 분야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분야에 대한 유용성도 빼놓을 수 없다. 기생생물 표본은 의학, 수의학, 생물학 등 여러 교육 분야에 특히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대학병원에서 현미경 진단을 한다고 할 때 기생충란 원본이 있어야 대조하여 관찰하고 임상진단을 내릴 수 있다. 실습의 재료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육자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기생생물 연구에 엄 이사장이 발을 들여놓은 건 1980년 기생충학의 큰 스승 임한종 교수를 만나면서다. 임 교수는 간디스토마, 폐디스토마, 뇌신경낭미충증 치료에 성공해 인류보건에 공헌한 공로가 크다. 그는 임 교수를 도와 1996년부터 국제보건의료 활동을 해왔다. 1993년 그의 스승과 공동으로 인체 제3의 조충인 아시아조충을 발견하고 기술함으로써 인류보건학상 새로운 의학적 질환을 추가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조충은 돼지의 간을 익히지 않고 먹을 때 사람한테 올 수 있는 세 번째 테니아조충으로 그 앞에 발견된 두 번째 것 이후 211년이 지나 발견됐다. 발표 당시 대가들은 새 학설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동료학자가 인류학적 분석에 아시아조충을 사용하면서 대반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2018년 제14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 석상에서 초청강연이 이뤄졌다. 전 세계 1,500명 이상의 기생충 전문가가 모인 자리였다. 좀처럼 동의하지 않던 마지막 대가가 25년 만에 아시아조충을 새로운 종으로 인정한다는 말을 전한 것이 그 강연에서였다. 이어 20205기생충학의 발전 (Advances in Parasitology)’이라는 역사적 학술지에 게재된다. 대한기생충학회 창립 후 처음 이 학술지에 게재됐을 뿐 아니라 표지까지 장식한 논문이었다.

엄 이사장은 충북의대에 부임할 당시 기생충학교실을 창설하고 33년 동안 이끌어왔다. 이제는 국내에서 연구보다 국제적으로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 퇴임 후에는 기생생물세계은행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기생생물세계은행의 탄생에는 충청북도와 충북대학, 대한기생충학회와 기업 코쿤(대표 서성보)이 긴밀히 협력한 결과이고, 특히 충북 이시종 도지사와 김수갑 충북대총장, 최민호 대한기생충학회장의 추진단결성 및 업무협약이 주된 역할을 하였다.”충북도바이오산업국의 맹은영 과장과 정길 팀장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기생생물자원은 인류가 과거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용도로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고 기생충 자체를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복희 기자

 

 

저작권자 © 동양바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