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업계 가격정보 포함 놓고 마찰…식약처는 '팔짱'

(동양바이오뉴스) 정부가 의료기기의 투명한 유통관리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계획이 진통을 겪고 있다.

10일 의료기기 업계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 식약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이 시스템 구축 방향과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가격정보 포함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은 2015년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이 일회용 일반주사기 재사용 때문으로 밝혀지면서 지난해 9월부터 도입이 추진됐다.

복지부는 의료기기의 가격정보가 시스템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기도 보험수가 책정과 연관이 있는데 제품 가격정보를 통합정보시스템에서 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리베이트 척결 등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의료기기 업계는 가격정보의 경우 회사별 영업비밀에 속하는데 이를 의무사항으로 보고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부가 가격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며 "직접 거래가격, 대리점을 통한 판매가격 등 단계별 가격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미국·유럽 등 외국에서도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의료기기 업계 내부에서도 가격정보 포함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A 사 임원은 "규모가 큰 의료기기 업체는 '향후 괜한 리베이트 수사를 받느니 차라리 가격정보 공개를 하는 게 낫다'며 찬성하고 있다"며 "납품가격에 과도한 이익을 책정하고 있는 일부 국내 소규모 업체들이 가격정보 공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작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 운영을 맡게 된 식약처는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격정보 공개가 투명한 유통구조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업계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목표 시점을 2018년 말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은 당초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유통과정의 투명화 ▲치료재료 가치 산정 등을 목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모델로 삼아 복지부가 먼저 추진했으나, 도중에 의료기기 제조·관리를 총괄하는 정부부처가 식약처란 이유로 운영기관이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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