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철 충북도 화장품천연물과 사무관

한현철 충북도 화장품천연물과 사무관
한현철 충북도 화장품천연물과 사무관

미국이 제조업 강국을 외치고 있다. 기획, 설계, 연구개발,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미국이 왜 제조를 부활시키겠다(Make It In America)고 하는 것일까?

제조역량 상실이 혁신능력의 저하로 귀결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산활동은 개발도상국에서 하고, 개념설계는 선진국에서 하면 된다는 착각에 대한 반성이다. 이정동 교수는 <축적의 길>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구분한다. 개념설계는 제품과 서비스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하는 혁신 활동 즉,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실행은 주어진 개념설계에 따라 구현하는 행위다. 애플이 아이폰을 개념설계하면, 이것을 받아 대만의 폭스콘이 실행을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제조 현장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낮은 국가로 보낸 국제 분업 방식이 단편적 접근이었다는 점이다.

제조활동만 내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혁신활동도 같이 나가더라는 것이다. 개념설계 역량은 제조 현장에 쌓인 암묵적인 지식들의 조합과 도전적 시행착오의 축적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다가도,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한 축적의 시간에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개념설계에 도전해보고, 보완하고 개선해나가는 스케일업 제조 현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한국의 화장품 산업의 제조 현장은 강해지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화장품 기업들은 공장을 두지 않고 브랜딩, 마케팅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공장을 세우고 직접 생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고효능, 지속가능성 등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면서, 원천기술 확보, 원료 및 기초소재 연구개발, 품질 개선 등 생산 각 과정에서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업체가 연구시설도 갖추고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이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화장품 수출액이 75억 달러로, 가전 70억 달러, 휴대폰 41억 달러보다 많다. 그러나 위기 요인도 분명하다. 기능성에서는 일본, 미국에 밀리고, 브랜딩에서는 호주와 프랑스에 치이고,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업계 사람들은 우려한다. 원천기술 부족, 높은 해외 원료 의존도, 기업의 영세성 등 산업구조가 취약하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뒷받침할 기반 조성, 제조 생태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충북의 화장품 제조 현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충북에는 2012월 기준 212개 화장품 업체가 모여 뛰고 있고, 추가로 오송 화장품산업단지 구축이 예정되어 있다. 대부분 중소·영세기업이지만,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후보군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에 구축된 의료·바이오헬스 인프라와 시너지를 노리고 있지만, 연계와 융합을 위해서는 화장품 분야 연구인력·인프라의 수준 향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충북에 K-뷰티 클러스터 지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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