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우린 계속 빠른 속도로 달리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누구든 최선을 다해 100m를 전속력으로 달리면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느끼는 피로감은 몇 킬로미터나 마라톤을 달릴 때 느끼는 피로와는 그 원인이 다르다.

100m를 전력 질주할 때 피로감을 느끼는 주된 원인은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크레이틴인산이라는 특별한 연료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크레아틴인산은 인체가 폭발적인 파워를 발휘할 때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크레이틴인산은 95% 정도가 근육에 저장되어 있고, 나머지 5%는 뇌, , 콩팥, 고환 등에 저장되어 있다. 문제는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크레아틴인산은 매우 소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전력 질주한다면 이 크레아틴인산은 거의 고갈되고 만다. 그래서 그 이상의 거리를 달리려면 탄수화물과 지방과 같은 연료를 사용해야 하며, 그 결과 달리기 속도는 늦추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근육 내 크레아틴인산의 저장량을 늘리기 위해서 그 구성분인 크레아틴을 보충제나 식품을 통해 더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에서는 크레아틴을 하루에 1g 정도를 만들어 내고, 생선과 고기와 같은 음식으로부터 1g 정도를 얻는다. 그리고 매일 콩팥을 통해 그 대사산물인 크레아티닌 2g을 배출하여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크레아틴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도 필요 이상은 소변을 통해서 배출되어 버린다.

그런데 크레아틴보충제를 섭취하면서 근력이나 순발력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 내의 크레아틴인산 저장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짧은 스프린트 운동을 휴식과 함께 반복할 때 크레아틴보충제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크레아틴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100m 달리기 우승자인 영국의 린포드 크리스티, 400m 허들 우승자인 샐리 군넬 등이 섭취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알려지게 되었다. IOC에서는 크레아틴을 도핑물질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매우 많은 순발력 종목의 선수들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순수한 크레아틴을 권장량 이하로 복용한다면 장기간 복용하는데 따르는 부작용은 없다고 알려지고 있다. 즉 유럽식품안정청(EFSA) 등의 권고를 토대로 할 때 하루 2~5g의 크레아틴을 섭취하는 것은 안전하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요즈음은 경기력 향상의 목적 외에도 피트니스 분야에서 근비대를 목적으로 크레아틴보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크레아틴인산이 근수축을 위한 연료로서뿐만 아니라 근육의 비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크레아틴은 근육 내에서 삼투성 근비대자극과 위성세포 증식, 성장인자생성 자극 등과 관련해서 연구되고 있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라는 제1회 아테네올림픽의 표어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크레아틴보충제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도는 어디까지나 그 한계를 넘기 위해 흘리는 땀이 선행될 때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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