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혼수품 목록에 클래식 전집 음반이 포함됐던 나라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1970~1980년대 전축이 필수 혼수품으로 여겨지던 시절, 이와 더불어 클래식이나 영화음악이 담겨있는 LP 전집도 함께 사서 가져가던 시절이 있었다.

 

이 무렵, 큰 비용을 들여 혼수품으로 장만해 간 클래식 전집류들은 지금도 중고시장에 자주 매물로 나오는데, 이런 중고 전집 음반들은 대부분 많이 듣지 않아서 LP 상태가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수많은 명반들이 탄생하던 시기는 이처럼 많은 돈이 음반 시장에 유입되던 시기와 겹친다.

 

한 장, 한 장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제작자들이 큰 투자를 하던 시절이어서, 대중가수 중에도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음반을 발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투자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음반 판매량이 엄청났기 때문인데, 국내도 마찬가지여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1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음반들이 많았었다. 1993년 발표한 가수 신승훈 3집은 173만장 판매되었는데, 이때 같은 소속사였던 노이즈의 음반 판매량이 89만 장으로 100만 장에 못 미쳐서, 소속사 대표로부터 분발하라고 핀잔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다.

 

음반 시장에서 소비되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금은 재즈의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전설로 불리는 연주자의 음반 판매량이 채 2만 장을 넘기기가 어렵다고 하니, 신인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문화산업도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성장하는 것인데, 커피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제 커피 기구(ICO)에서는 GDP의 증감과 커피 소비량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GDP가 상승할수록 커피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글로벌 GDP4.4% 감소하였는데, 전 세계 커피 소비량도 함께 줄었다고 한다.

 

결국 커피산업은 경제성장률과 상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액은 미화 6억 불로 당시 일본의 커피 수입액 대비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는데, 2017년이 되면 미화 51억 불로 같은 해 일본 커피 수입액인 4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이 시기 우리나라 GDP9700억 달러에서 15300억 달러로 성장하였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본적인 생계 이외에도 기호식품이나 문화생활에 사용되는 지출도 커지면서 우리나라 커피 시장도 8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이 이렇게 폭풍 성장 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이전보다 더 잘살게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 19 사태로 커피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예전의 음반 산업처럼 급격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커피 생태계에 뛰어들어 한정된 시장을 나눠서 가져가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전 세계적인 공황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있으리라 판단 된다.

하루빨리 이 상황이 정리돼서 경제가 회복되고 커피 생태계도 활력을 찾아,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질 좋은 커피를 나눠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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