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우리가 접하는 커피 원두의 대부분은 커피 원두 납품업체가 보유한 대형 커피 로스터기에서 볶아낸 것이다. 이 원두를 가지고 카페에서는 커피머신을 통해 커피를 추출한다.

또 개인들이 같은 원두를 사서 핸드드립 방식으로 내려 마시기도 하는데, 카페에서는 여러 가지 원두가 혼합된 것을 주로 사용하지만, 개인들은 단일 원두를 산다는 차이가 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직접 커피생두를 사서 집에서 로스팅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정용 소형 커피 로스터기를 사서 쓰는 분도 있고, 직접 제작한 커피 로스터기를 사용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집에서 소비하는 분량만큼을 직접 로스팅한다.

예전에 커피의 기원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에서 커피생두를 프라이팬 같은 곳에다 볶은 후 주전자에다 넣고 끓여서 마시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직접 자가 로스팅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커피의 원형을 보는듯한 마음이 든다.

가까운 지인 중에도 열흘, 혹은 보름에 한 번씩 자가 로스팅을 하는 분이 계시는데, 이분이 로스팅하는 과정을 소개해 본다.

먼저 생두를 500g에서 1000g 사이로 필요한 양만큼 깡통에 붓는다. 결점두를 미리 고르지 않는데, 로스팅 후에 한 번 고르는 것으로 끝낸다고 한다.

먼저 센 불로 10분 정도, 대략 1분에 45~50회전 정도 천천히 손으로 돌린다. 이때 너무 빨리 돌리면 안 되는데 원심력 때문에 오히려 커피생두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센 불로 10분 정도 가열하다 보면 달착지근하면서도 익어가는 냄새가 살짝 올라오는데, 이쯤에서 중불로 내리고 3~4분간 계속한다. 이제부터는 냄새와 함께 소리에도 집중한다. 커피가 튀겨지는 소리 즉, 파핑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틱 소리가 나고 최소한 2~3분쯤 지나서 약간 푸르스름한 연기, 그리고 구수하고 달큼한 냄새와 함께 연달아서 틱틱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통이 가벼워지고 거저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때가 온다. 이때 불을 약한 불로 내린다.

파핑이 시작된 후부터는 초시계에서 거의 눈을 떼지 않는다. 1차 파핑이 일어난 후 몇 분을 더 로스팅하느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분 정도를 약한 불로 가열한 후에 불을 끄고 다시 1분 정도 통을 돌린다. 가스 불은 꺼졌지만, 커피는 이미 200도가 넘은 상태로 파핑은 서서히 진행 중이다.

그사이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고 통을 열어서 색깔을 확인한다. 원하는 색이 덜 나왔을 경우는 다시 뚜껑을 닫고 조금 더 기다린다. 잔열만으로도 충분히 뜸이 들기 때문에 다시 가열할 필요는 없다.

이제 쿨러에 쏟아 넣고 5분 정도 식힌다. 쿨러에서 꺼낸 커피 원두를 비벼서 껍질을 알뜰하게 제거하고 결점두를 골라내면 로스팅이 끝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직접 만들어 낸 원두에서 추출한 커피는 무슨 맛일까?

공장에서 로스팅한 커피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무엇이든 특별한 것을 경험하려면 수고를 거쳐야 하는 것 같다.

그것은 몇 번의 터치로 수백만 곡 중에 노래 한 곡을 간단하게 재생하는 것과 수십 년간 모아 온 수백 장의 음반 중에서 한 곡을 골라와서 오디오로 듣는 것과 같은 차이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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