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북도 농업기술원장

송용섭 충북도 농업기술원장
송용섭 충북도 농업기술원장

 

치유농업을 처음 접했던 때는 2009년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소장으로 농업인 대상 원예치료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이다. 그리스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했는데, 재소자들에게 농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그 결과 수감자의 생활 태도 변화는 물론 재범률이 현격히 저하됐다면서 치유농업과 같은 개념의 녹색치유(Green Care)를 소개해 줬다.

김포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있던 2011년에 김포중학교 및 김포여자중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으로 교내 텃밭농사 체험을 추진했는데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학교 부적응아로 낙인찍혀 외톨이로 지내던 한 학생이 1년 과정의 배추재배, 꽃 가꾸기와 같은 체험 활동을 한 후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과도 어울리기 시작했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와 같은 치유농업 활동은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 1960년대 태동해 일반 성인은 물론 노인, 청소년, 장애인, 재소자 등 사회적 돌봄이 요구되는 계층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원예치료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지난 325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치유농업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치유농업이란 농장·농촌 경관을 활용해 인간의 심리적 안정과 휴양, 신체적 건강을 증진하는 농업을 말한다. 즉 식물, 동물과 같은 농업과 농촌문화, 웰빙 음식, 농작업 활동 등을 통해 의학적,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동, 청소년, 성인, 노년 등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치유하는 농업 활동이다.

농촌진흥청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 1, 2시간씩 24주간 텃밭 가꾸기, 공동체 밥상 차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우울감은 60%, 총콜레스테롤은 5%, 체지방률은 2%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소년 재소자들 대상으로 상자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적용한 후 불안감은 45%, 스트레스는 52%, 우울감은 56% 정도 감소해 청소년의 폭력성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대사성 만성 질환자도 인슐린 분비 능력이 47% 증가했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은 28%, 비만지표인 허리둘레는 2cm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의 90% 이상이 국토의 17%도 되지 않는 도시 속에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치유농업은 도시민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다. 또한, 농업인들은 농촌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소득 창출은 물론 사회적 농업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첫발을 내딛는 치유농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측면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첫째, 중앙과 지자체의 각 기관과 단체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도 단위의 경우 교육청, 광역치매센터 및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지시설 등과의 협업을 통해 치유농업 서비스의 대상과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둘째, 도별로 치유농업지원센터 설립이 요구된다. 치유농장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기술을 지원하며, 치유농업을 필요로 하는 도시민과 치유농장을 매칭하는 알선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심리상담, 작업치료 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컨설팅팀을 운영할 수 있다. 셋째, 치유농업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법률에 명시된치유농업사를 양성해 서비스 이용자의 안전과 건강한 활동을 돕고 고품격의 치유농업 서비스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이에 필요한 전문역량의 개발은 지원센터에서 책임지면 된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할 농장과 마을의 육성이다. 우선 품질인증을 받은 농촌체험, 교육농장을 중심으로 펼쳐나간다면 치유농장은 속도감 있게 안정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치유농업은 자연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처방서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심리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릇된 식습관과 환경오염 등으로 건강을 잃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유농업이 효과가 좋은 처방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치유농업을 통해 생산중심의 농업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농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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