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옥 품앗이 생협 상임이사

배영옥 품앗이 생협 상임이사
배영옥 품앗이 생협 상임이사

켄 로치 감독의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장작 , 다니엘 블레이크의 영화 속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노인이고 실업자다. 심장질환으로 일을 계속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관공서에 질병수당을 신청하였으나 탈락한다. 사회복지 기관 공무원은 구직수당 신청을 하라고 알려주지만 사회보장 프로그램들이 온라인 신청만 가능하다.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다니엘에게는 복잡한 구직수당 신청 절차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산맥이다.

가까스로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어렵게 구직수당을 신청했으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구직활동 증명자료 제출을 요구받는다. 심장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었던 다니엘은 거짓으로 구직신청 증명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를 스스로 용납하지 못해 포기하고 만다. 결국 연명을 위해 집안의 가재도구를 파는 막다른 상황에 다다른다. 그런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사회복지기관의 공무원도 아닌 그와 비슷한 처지의 어려운 이웃 케이티다. 구직수당을 포기한 다니엘은 케이티의 도움으로 질병수당 항고를 위해 관공서를 방문한다. 하지만 담당자를 만나기 직전 심장 마비로 숨을 거둔다.

다니엘 블레이크 장례식에서 케이티는 질병 수당 항소 시 다니엘 블레이크가 담당자 앞에서 읽으려 했던 글을 대독한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난 굽실대지도 않았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빈민들의 삶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 영화다. 불합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는 내내 먹먹하고 불편했다. 인터넷을 못하는 다니엘이 컴퓨터 앞에서 어렵게 접속하고 로그인을 하는 장면은 더욱 그러했다. 코레일 앱을 사용못해 누구보다 부지런히 예매하러 기차역을 나가지만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소외된 노인들이 클로즈업 되었다.

연필세대인 다니엘이 이력서를 손으로 써서 제출하자 컴퓨터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질책을 받는다. 이력서 작성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다시 작성할 것을 명령받는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보조금도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하는 관공서 공무원의 태도는 비인간적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익숙한 모습이어서 쓴웃음이 나왔다.

가난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사회.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고, 필요 이상 복잡하고 반복되는 절차와 과정으로 지금도 수많은 다니엘들이 받아야할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물음표를 크게 가져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한 시민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민 다니엘이 인생의 종점에서 받고 싶었던 존중은 사람에게 제도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제도를 맞춰주는 인간다움 존중의 사회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마지막까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인간다운 존중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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