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언 청주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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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3 :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거의 2배로 늘었다. 거의 같다.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문제7 : 지난 100년간 연간 자연재해 사망자 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2배 이상 늘었다. 거의 같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화제의 책 <팩트풀니스>에 제시된 문제들이다. 여러 매체에서 충분히 소개됐음에도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가질 것을 거듭 다짐하자는 뜻에서 가져왔다. 두 문제의 정답은 모두 이고, 한국인의 정답률은 각각 4%, 8%. 201714개국 12,000명에게 던진 열세 문제 중 정답을 맞힌 문제는 평균 셋이 되지 않았다.
놀랍지만 이 또한 팩트다. 전문직 종사자를 포함하여 교육 수준이 높고 세상에 관심이 많은 절대다수가 이렇게 오답을 낸 것은 너나없이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저자인 한스 롤링스는 세상에 대한 무지가 왜 이렇게 널리 퍼졌고 또 집요할까를 물으며, 무지를 뿌리 뽑기 위한 지식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다.
우리가 자신의 불충분하고 불완전한 정보에만 고착하다 보면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가 시나브로 잘못 형성되기 마련이다. 달리 말해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믿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버리려는, 이른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심리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같은 사안을 두고 상대의 말을 곧이듣지 않는다면 진단을 제대로 내릴 수 없으며, 바른 처방과 치료 또한 가능하지 않다. 진단, 처방, 치료라는 일반적인 솔루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인사도 그렇지만 어떤 기업이나 조직의 경영을 논할 때도 여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느낌적 느낌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왠지 기분학상그렇다는 의미로 논리성과는 꽤 거리가 있다. 예술 작품이나 꽃, 노을, , , 바다의 아름다움이 아닌 현실 경영을 논하는 자리에서 드러내는 그 느낌적 느낌이나 기분학상이라는 것이 만약 처음부터 근거 없이 부정적이기라도 하다면, 그 대화의 자리가 얼마나 건강할 수 있으랴.
한스 롤링스는 그들의 의견은 입증되지 않은 기분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느낌일 뿐인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이고 오해를 추적해 찾아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데이터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할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공동사에 대한 입증과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데이터는 비교와 추세를 앎으로써 애매한 느낌과 기분에서 벗어나게 하는 참 시원하고도 따뜻한 도구다. 특히 현실 경영을 진단하고자 데이터를 동원하는 것은 abc이기도 하거니와 가장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 그리고 민주적인 소통을 위한 가장 평등한 방법론이다. ‘기분학상을 넘어 팩트에 근거하는 합리적인 태도와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느낌적 느낌이 아닌 데이터의 미학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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