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품어 보았음직한 꿈과 자화상
숨기고 싶었던 ‘내 안의 나’ 그려내

박명순 작가
박명순 작가

박명순 작가의 산문 안녕 개떡 선생이 출간 됐다.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 자신이 이야기를 좋아해서인지(언제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을까) 글 자체도 이야기를 조단조단 들려주는 듯한다. 이야기는 소멸하고 이미지와 주장만 횡행하는 현실에서 이런 작은이야기들은 독자를 함께 어디인가로 이동시켜주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니라) 듣다 보면 독자 스스로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게 한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만, 대중문화가 천편일률적으로 강요하는 스토리에 억눌려버린 것만 같다.

특히 저자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은 길이를 가졌으며 그렇다고 에피소드만도 아니다. 이야기에 숨결이 어른거린다는 것은 이야기할 때 입김과 내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는 뜻일 것이다. 과장하지 않을뿐더러, 과잉된 의미를 부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겪은 경험과 느낌을 그 당시의 감정을 되살려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시간을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박명순 작가의 산문집 안녕, 개떡선생을 들고만 걸어도 어떤 이야기들이 솔솔 새어 나올 것만 같다.

박명순 작가 산문집 『안녕 개떡 선생』
박명순 작가 산문집 『안녕 개떡 선생』

 

박명순 작가는 조치원 신흥동 건어물 가게 8남매의 맏딸로 유년을 보내다가 종촌 싯골 복숭아 과수원집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연극반 황토로 활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몇 차례 받은 후 늦깎이 교사로 임용됐다. 공주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 현대소설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충남작가회의 독서 모임 간서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채만식 소설의 페미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버지나무는 물이 흐른다, 영화는 여행이다, 슬픔의 힘등의 저서가 있다.

박 작가는 서문에서 저의 이야기는 교사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고 한갓 민초의 물음표이며 넋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품어 보았음직한 꿈과 자화상이며 어쩌면 숨기고 싶었던 내 안의 나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지도 못했고 사재를 털어서 장학금을 만드는 미담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의 학력을 가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선생님이 되었다는 것을 명예로 알고 살았을 뿐입니다. 단 한 번도 학생들을 얕잡는 언행을 해본 적이 없었고 학교라는 공간을 폄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학교는 자랑스러운 일터였고 부족한 내면을 키우는 배움터였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도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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