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향기 묻어 있는 어린 시절 이야기
서정적인 문체로 애잔한 풍요로움 전달

 

강병철 작가
강병철 작가

1985[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된 적이 있지만 평생,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살아온 강병철 작가가 같은 이름의 동화를 17년 만에 복간했다. "이차구차 사연으로 절판"된 책이었지만 작가는 닭니(닭에 몸에 기생하는 가려운 이) 같이 "도깨비밥풀처럼 달라붙던 유년의 사연"을 다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젠 어느덧 손자뻘이 된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흙 냄새, 비릿한 갯벌 냄새를 맡으며 순박한 정서를 기르던 그때 그 시절. 쥐꼬리 자르기, 풀빵, 아이스케키, 닭니 등 재미나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돈이 없어 병을 치료하지 못해 동네 침방에서 삼십 원짜리 침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던, 결국 초록빛 바다가 된 옥이 이모.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녹아 내리는 아이스케키를 꾸역꾸역 먹을 수밖에 없었던 두 모녀. 어미 닭에 쫓겨 노란털이 핏빛으로 물들어 가는 병아리를 구하려다 닭니가 옮아 머리를 빡빡 깎을 수밖에 없었던 강철이. 때론 가슴을 저리게 하다가, 때론 풋풋한 미소를 자아내게도 하는, 잊혀져 간 것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낸 책이다.

추천사를 쓴 도종환 시인은 토속적이고, 눈물겹고, 정겨운 아름다움이 있는 책이라고 극찬했다.

 

작품 『닭니』 표지
작품 『닭니』 표지

 

강병철 작가는 지금은 간척지가 된 서해안 적돌만 바닷가 태생이다.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민중교육]이라는 잡지에 소설 비늘눈을 쓰고 고교교사를 해직당한 바가 있다. 36 간 교직생활을 정년퇴임했다. 시집 유년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꽃이 눈물이다』 『호모 중딩사피엔스』 『사랑해요 바보몽땅소설집 비늘눈』 『엄마의 장롱』 『초뻬이는 죽었다성장소설 닭니』 『꽃 피는 부지깽이』 『토메이토와 포테이토산문집 선생님 울지 마세요』 『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작가의 객석을 발간했다. 함께 쓴 교육 산문집 , 아름다운 나비야』 『, 너의 바람이고 싶어,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를 편집했다. 청소년 잡지 [미루]10여 년 간 발행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 지회장을 6년간 역임했다.

 

작가는 “2003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었으나 이차구차 사연으로 절판된 책 닭니17년 만에 복간한다닭의 이빨이 아니라 가려운 이()’인데, 도깨비밥풀처럼 달라붙던 유년의 사연이 실감나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도종환 시인은 추천평에서 이 책은 정겨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넘치고, 배를 곯아도 흙 묻은 손으로 잡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옵니다. 이 책은 드러내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흙 향기 묻어 있는 알토란 같은 이야기를 써 놓고도 자랑하거나 떠벌이지 않고 장승처럼 서서 벙긋이 웃는 작가 강병철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정적인 문체에 감겨 더욱 애잔하고 풍요로운 이 이야기를 단숨에 읽고 난 뒤 아직까진 나는 슬픔에 더 단단해지는 조약돌이 되고 싶어하던 강철이의 첫사랑 연화가 그 뒤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도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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