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희 박사의 바이오 스토리텔링

 

6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녀가 머무르는 호텔까지 3시간을 달려가 숨 돌릴 틈도 없이 3시간 동안 파멥신의 기술을 소개했다.
“당신 기술에 투자하겠습니다. 열정 넘치는 당신의 스토리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파멥신의 기술과 사업성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신약개발의 거목인 하버드대 출신 낸시 챙박사가 바로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이다. 
유대표는 독일 괴팅겐대 미생물학과 유기화학 전공 후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 포스트닥을 했다. 또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샌디에이고의 스크립스연구소르 거쳐 귀국 후 LG생명과학, 한국생명과학연구원까지 항체치료제의 최고 전문가다. 그렇기에 미국의 바이오 기업은 매번 그를 스카우트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조국에서 항체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몽땅 걸기로 했다. 당시 국내 연구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항체신약 개발을 정책적으로 모두 접는 상황이었다. 그의 인생을 전부를 걸었던 항체신약 개발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각 기관을 다니며 항체신약에 대한 가능성을 목소리가 쉴 때까지 설명했다. 다행히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이를 듣고 중단될 위기를 맞을 뻔했던 그의 항체신약 개발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지원으로 계속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파멥신은 노바티스 벤처 펀드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한국 바이오 벤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기적 같은 결과였다. 그때의 아픈 가슴앓이가 떠오르는지 유진산 대표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인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경제위기라는 커다란 암초 앞에서 항체신약 개발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눈가가 촉촉해진 그가 끝말을 흐렸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모두들 몸을 움츠릴 때, 모두 안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항체신약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을 유 대표는 이렇게 고백했다. ‘항체신약의 가능성에 대한 굳은 믿음과 국내에서 꼭 해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이제 파멥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유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목표요? 인류의 역사에서 암이란 단어를 다 지우는 거죠."
파멥신은 오늘도 한국 제약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임상 1상, 임상 2상을 넘어 이제 암세포의 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중표적항체 파이프라인 연구개발도 마무리 단계다. 코로나 19로 K바이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요즘, 파멥신은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에서 암이란 단어를 없애는 목표를 향해 그렇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가희 약력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시인 /문학박사/ IP Storyteller
베트남 호치민국립백과대학교 최고위과정 (VGCEO) 주임교수
시집 ‘나를 발효시킨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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