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원대 교수)

김택 중원대 교수

(동양바이오뉴스) 지난 10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의 믿음을 배반한 죄로 파면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감옥에는 갔지만 임기도 마치기 전에 중도에서 물러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헌법재판관관 8인 전체가 한 목소리로 대통령은 중대한 법을 위반했다고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국대통령.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단설립과정에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통령은 사인의 국정농단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언론의혹을 불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한 것은 헌법수호의지가 전혀 없다고 보았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형사상 불소추권이 있다고 하지만 재직 중 잘못한 것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조사에 응해야 마땅한 도리다. 그러나 조선시대나 있을법한 왕의 권력처럼 민의를 무시하고 법적 권한을 남용한다면 누가 이를 용납하고 수용하겠는가?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참모나 지지층의 잘못된 보고나 건의에 민심을 오도한 것인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에 헌재는 중요한 법적 판단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세월호 사태와 인사개입 문제이다.

즉 헌재는 세월호 희생사건에서 대통령이 성실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탄핵심판사항은 아니 다고 못 박았다. 또한 문화체육부 직원인사문제도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번 헌법재판관의 결정은 국민들에게 혼란과 갈등을 종식시킬 충분한 법적 권위를 내포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쪽에서는 국론분열양상과 폭력상태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탄핵되었다고 야당이 집권한다고 보는 시각도 가져서도 안되고 보수가 좌절됐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 문제는 대통령 개인의 권력남용의 문제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함으로써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한 것 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먼저 검찰조사다. 검찰도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를 하였고 박 전 대통령도 조사에 응하겠다고 하니 대통령의 과오와 잘못을 숨김없이 조사하고 검찰도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정치적 풍향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하여 국민에게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 번째는, 검찰은 선거를 의식해서도 안되고 사실대로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동안 검찰이 제대로 국가권력부패를 제대로 감시하고 조사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다.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살아있는 권력 앞에 제대로 조사조차 못한 것이 검찰이다. 이 때문에 각 정당들도 최근 검경수사권조정, 공직비리조사처 신설 등 검찰권 분산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검찰개혁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선거중립이다. 어제 황교안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가 혼탁하고 분열과 폭력, 흑색선전으로 흘러가서는 절대 안되고 검찰과 경찰은 선거사범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야권유력대선후보가 치매에 걸렸다고 인터넷에 흘리는 등 과열양상이 나오고 있다.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수록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대행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세 번째는 개헌이다. 지금의 헌법은 전두환 군사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1987년 6공화국헌법이 여야의 합의로 탄생했는데 나름 민주주의를 확산하는데 기여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도 때문에 문제점이 많이 노정되었다. 그래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도입하자고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다원화된 한국사회에서 과거와 같이 권력을 휘두르는 시스템으로는 정치 환경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 권한축소, 임기 4년중임, 감사원의 국회 소속으로의 독립, 대법판 판사수 증원, 검찰제도의 개혁 등 헌법내용을 바꾸어 시대정신에 부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불가역적 결정에 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력의 부패나 폐습은 내던지고 권력의 분산과 공유시스템으로 한국정치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정치권, 정당, 언론, 대통령후보자들의 지혜와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저작권자 © 동양바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